연말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그간 하지 미뤄뒀던 여러 게임들을 플레이했었는데요. 그중 가장 빠져들었던 게임이자, '켠 김에 왕까지' 엔딩을 봤던 유일한 게임, 바로 고양이 어드벤처 게임 '스트레이'이었습니다.
스트레이는 프랑스 인디게임 개발사 블루트웰브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게임으로, 작년 7월 PC와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출시된 게임입니다. 인디게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높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어서 2022년 게임어워드에서는 엘든링, 갓오브워 라그나로크와 함께 올해의 게임 후보에도 올랐었죠. 결국 올해 최고의 인디 게임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메타스코어 82~83점, 유저평점 8.3~8.5점 / 스팀평가 - 압도적으로 긍정적, 현재 기준)
플레이한 후 꽤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던 게임, 냥냥파보단 댕댕 파에 가까운 저의 스트레이 늦장 리뷰를 해보려고 합니다.
스트레이 줄거리 요약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임이라 간단하게만 적어보려 하는데요. 요약하자면 친구들과 떨어진 고양이가 버려진 도시 속에서 겪는 모험을 다룬 내용이에요. 발을 헛디뎌 친구 고양이들과 헤어지게 되었고, 그렇게 떨어진 도시에서 만나게 된 B-12라는 드론 친구의 기억을 찾아주기 위한 길을 떠나게 되죠. 이 과정에서 여러 다른 로봇들(컴패니언)을 만나게 되면서, 도시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인간들은 전부 어디로 간 건지, 이 로봇들의 정체는 무엇인지 알아가게 됩니다.
스트레이 게임 특징 및 플레이 평
그래픽이 정말 좋아요. 아포칼립스 느낌의 세계관을 별다른 설명 없이 화면으로만 잘 느껴볼 수 있었어요. 다양한 장소를 이동하게 되는데, 숲이던 도시 속이던 집 안이던 환경묘사가 정말 잘되어 있습니다. 게임의 배경은 홍콩 구룡반도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양이가 실제로 하는 행동들이 게임에 잘 반영되어 있어요. 스크래쳐, 꽃내음 맞기, 물 마시기, 그루밍, 물건 떨어뜨리기를 게임 내에서 그대로 볼 수 있어요. 불편한 백팩을 입었을 때 적응하기 전까지 불편하게 걷는 모습도 너무 귀여워요ㅎㅎ 개발자 전원이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묘사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힐링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게임의 대부분이 맵을 이동 하며 퍼즐을 푸는 것으로 진행돼요.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제가 가야 할 곳을 잘 알려주기도 하고, 위치에 따라 시점 변환도 굉장히 자연스러운 편인데요. 중간중간에 있는 퍼즐요소는 누구나 플레이할 수 있는, 복잡하지 않은 수준입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장소를 이동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플레이했습니다.
전반적인 게임의 난이도는 평범하거나 쉬운 편이에요. 잔잔하게 퍼즐을 풀어나가고, 숨겨진 이야기들을 알아나가는 것이 메인인 게임이다 보니 스토리 몰입을 헤치는 어려운 요소는 거의 없습니다. 물론 위기가 전혀 없는 게임은 아니에요. 저크라는 변이 생명체나, 도시 경찰 센티넬에게 쫓기기도 하고 일종의 배신을 하는 컴패니언도 만나게 되죠.
플레이타임은 5시간 내외 정도로 보여요. 적당히 서둘러 플레이한다면 5시간 내에,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고 천천히 플레이한다면 6시간 정도 내에는 클리어할 정도로 호흡이 긴 게임은 아니에요. 저는 적당히 구경하면서 여유 있게 플레이했는데도 4시간 40분 정도에 클리어했었습니다. 특별히 막히는 구간이 없이 진행했다면요.
스트레이가 다른 게임에 비해 몰입도가 더 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스토리에 깊이 몰입되게 만들어주는 게임들은, 내가 마치 게임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만들어주곤 합니다. 게임 주인공이 당하는 역경에 화가 나기도 하고, 행복한 결말에 뿌듯함을 느끼게도 해주는 등 주인공이 겪는 감정 그대로를 느끼게 해 줍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의 조엘에게 몰입할 수 있었던 건, 그가 엘리에게 느껴가는 감정의 변화들을 저도 잘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듯 말이죠.
그렇다면 스트레이는 주인공이 사람도 아닌데 왜 몰입할 수 있었을까요. 역설적이게도 주인공이 고양이이기 때문인 것 같았어요. 게임 초반, 주인공 고양이는 발을 헛디디면서 친구 고양이들과 헤어지게 되는데, 절벽 아래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떨어진 뒤로 발을 절뚝이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플레이어들도 고통을 느끼게 만듭니다. 이 고통은 물리적인 고통이 아니라 말 못 하는 동물로부터 느끼는 연민이나 동정에서 오는 고통인 것 같고요. 이러한 게임 속 장치들이, 마치 주인공 고양이를 제가 키우는 고양이처럼 느끼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주인공이 사람이라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이었던 거죠.
또 다른 이유는 무언가 하나씩 부족한 두 명의 친구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가며 역경을 이겨나가는 느낌을 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말을 못 하는 고양이, 신체적 능력이 부족한 B-12가 서로를 도와가는 장면이 굉장히 많은데요. 느껴지는 점은, 둘 사이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이기심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런 부분이 따뜻하게 느껴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억측일 수 있지만 둘은 서로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저는 거의 눈물이 날 뻔했네요. 꼭 직접 플레이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
저는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몰입도'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했던 그 어떤 게임보다 짧은 시간 내에 게임에 빠져들게 되었고, 도저히 여정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계속해서 몰입도를 언급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이 게임을 끝마치고 난 후 감정을 공유할 사람이 옆에 없다는 게 너무 아쉬웠습니다. 1인용 게임이지만 누군가와 같이 플레이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저는 꽤 오랫동안 이 게임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부담감이 적은 게임입니다. 고양이가 주인공이다 보니, 주인공이 사람인 게임에서는 주지 못하는 색다른 시야와 플레이 경험을 주기도 하고요. 어느 정도의 액션성도 느껴보고 싶고, 고양이를 보며 힐링도 하고 싶은데 게임할 시간이 별로 없는 분이라면 가볍게 즐기기 좋을 것 같아요. 약간의 멀미요소가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긴 하네요.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잔잔한 힐링게임, 스트레이와 함께 이번 주말 저녁을 보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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