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새로운 게임이 나올 때마다 '이번주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 하니 바쁘겠다. 하지만 할 게임이 많아서 행복하네!'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데 제가 다회차 플레이를 잘 안 해서인지 '왜 이렇게 할게임이 없지'라고 생각할 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출시된 지 조금 지났더라도 스토리가 있는 게임을 찾아서 플레이하곤 하는데요. 이번에도 스팀상점에서 스토리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게임을 찾게 되어 플레이해 보았습니다.
오늘 리뷰해 볼 게임은 추리게임 '당신의 안녕을 위하여(For your Tranquility)'입니다.
주인공은 가야과학수사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법의관(이라 쓰고 탐정이라 읽는다)입니다.
1988년, 어떤 하천에서 발견된 시체에 대해 부검의뢰가 들어오고, 시체에서 발견된 여러 사인들과 현장에서 발견된 흉기 등 증거, 사망자의 가족관계나 집안 사정 등 모든 걸 고려해서 최종적인 사망원인을 찾아내야 하는 게임입니다.
발견된 시체가 익사로 인한 사망이 원인일 수 있다 보니 더 빠른 부패의 우려가 있어, 이미 과학수사대로 호송되고 있다는 전화를 받은 후부터 게임이 시작됩니다. 참고로, 이 게임에는 모든 등장인물이 동물로 구성되어있다 보니 사망자도 개구리네요. (주인공은 아마 고릴라나 침팬지)
먼저 현장에 방문해서 살해도구로 보이는 칼, 낚싯대, 그 외 모든 주변환경을 조사하고 수집합니다. 익사로 의심되다 보니 주변에 흐르고 있던 강물도 수집해야 하죠.
이제 시체의 몸에서 발견되는 여러 가지 흔적들을 확인하는 부검을 진행합니다. 이 게임이 부검에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검이 생각보다 긴 과정이구나 하고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아주 사소한 것이어도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발견되는 다양한 흔적들을 꼼꼼히 기록해 둡니다. 그다음, 매스로 몸을 해부하여 마찬가지로 온몸의 장기에서 조직을 떼어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다음 사망자의 집, 사망자 부모의 집을 방문하여 다양한 증거물을 수집하고, 신문기사나 취조한 영상 등을 통해 주변관계 등을 확인해 봅니다. 어떤 원한관계가 있었는지, 사망자는 어떤 아들이었고 동시에 어떤 아빠였는지를 알아보게 되죠.
수집한 정보들은 과학수사대 내에 있는 다양한 부서, 과로 보내 조사를 의뢰합니다. 여기서 도출된 다양한 결과를 조합하여 최종적으로 사망원인과 유력한 용의자를 색출해 내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정확한 사망원인, 살해자를 맞출 수 있다면 진엔딩을, 엉뚱한 결과로 조사를 마치면 베드 엔딩을 보게 됩니다.
법의관의 시점에서 풀어나가는 추리게임이라는 소재는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CCTV를 본다거나, 취조 내용을 보는 것은 흥미로웠습니다. 법의관이 할 일은 아니긴 하지만, 총성과 다이아몬드처럼 뭔가 선택지가 있거나 급박함 같은 게 느껴지면 더 좋았을 것 같았습니다.
단간론파, 역전재판, 디스코 엘리시움 등 조금씩 추구하는 재미는 다르지만 다양한 추리 게임이 많이 있는데요. 이 게임에는 추리를 하는 주체가 법의관이라는 점에서 보다 전문성을 가진 추리가 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부검을 통해 위에서 발견된 무언가로 사망원인을 도출해 내는 등의 과정을 플레이어인 제가 해야 한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법의관의 실제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너무 강조된 걸까요? 너무 여러 가지를 다 해야 하다 보니 법의관분들이 하는 일을 전부 다 살짝 찍먹만 해본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전문적인 업무를 게임에 전부 넣자니 게임이 너무 진지해지거나 어려워질 수 있어 그랬을 수도 있지만.. 플레이어가 하는 건 마우스를 움직여 증거를 찾고 클릭만 하면, 주인공이 알아서 다 추론해 준다는 점이 약간은 아쉬웠습니다.
수집한 증거물을 과학수사대의 있는 가장 적합한 부서로 보내야 하는데, 마찬가지로 조금 애매합니다.
예를 들면, 사망자의 몸에서 철냄새가 나는 무언가를 발견했을 경우 이 성분을,
1) 유전정보 확인을 위한 인물식별과
2) 사망시점을 알기 위한 시간측정과
3) 성분 자체가 무엇인지 알기 위한 성분분석과
4) 성분형성 원인을 알기 위한 흔적분석과
저는 4개가 다 궁금한데 증거물은 한 곳에만 보낼 수 있어요. 각 부서에 전부 보내면 게임이 너무 쉬워질 수 있어 그랬을 수도 있지만, 한 곳으로 제약해 두면 플레이어가 제대로 추론해 낼 수가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이 선택을 돌릴 수도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물론 어느 부서에 보내야 하는지 힌트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플레이어가 "이걸로 사망 추정시각을 알 수 있겠어"라는 말을 했다면 시간측정과로 보내는 식이죠. 이런 힌트가 없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즉, 추리게임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인 추론에서 플레이어의 비중이 너무 적거나, 때려맞춰야 하는 경우가 자주 생겨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라 그렇겠지.. 다음 에피소드는 좀 더 플레이어의 역량을 요하겠지.. 싶었는데.. 엔딩? 사건 1개로 굿엔딩과 베드엔딩이 나뉠 뿐 한 개의 에피소드로만 진행되는 게임이더라고요. 그래서 플레이타임은 약 3시간 미만이었던 것 같아요. 11,500원의 가치는 있지만, 조금 더 비싸더라도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길 바랐는데 아쉽습니다.
아예 스토리에 더욱 집중해서 포인트 앤 클릭 추리 게임이 되도록 했거나, 아니면 미니게임 같은 요소를 추가해서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요소를 늘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튜토리얼만 하고 게임을 마친 느낌입니다.
모든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이었고, 다들 각자의 사정을 가지고 살고 있었습니다. 신파같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현실적인 소재를 다룬 점이 저는 좋았습니다.
법의관으로서 사망자가 억울함이나 누명을 벗고 안녕하게 세상을 등질 수 있도록 해주는 '당신의 안녕을 위하여'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짧은 시간 좋은 소재의 게임을 알차게 플레이한 것 같습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소재도 흥미로운 만큼 추리게임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할인을 할 때 구매해 보시면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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